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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알시 뉴스/사회

중대재해처벌법 요약, 이제 산업재해 없는 나라로?

by 우알시 2021.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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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약칭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개월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안입니다. 오늘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 적용범위, 문제점, 법안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배경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로 사망한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소식은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후 김용균 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018년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해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나 부주의로 인한 산업재해는 끊임없이 발생했으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천물류센터화재사고사진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출처 : 게이티이미지코리아)

김용균 법이 시행된 지 3개월 후인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악재가 발생하게 됩니다. 당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현장에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업체 측에 수차례 개선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수립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

 

중대재해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중대재해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다음에 해당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망자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 (참고로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의 구체적 내용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통해 발표됐는데 이는 노동계의 많은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후술 하겠습니다.)

 

그리고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다음에 해당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망자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

 

여기서 중대시민재해란 기업이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그 피해를 일반 시민이 입은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위해 도입된 개념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세월호 참사는 기업의 잘못으로 인해 일반시민이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이와 같은 사건이 또 발생한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주체와 그 내용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 주체는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사업주란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 경영책임자란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됩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공공기관의 장도 경영책임자에 해당합니다.

 

각 주체는 다음과 같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게 됩니다.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②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③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가 관계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④ 안전 · 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이때 각 의무주체는 제삼자에게 도급이나 용역, 위탁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중대재해발생 시 처벌 규정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시 구체적인 처벌 수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수위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규정(출처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과 더불어 양벌규정으로 인해 개인에 대한 처벌과는 별도로 기관이나 법인에도 벌금이 부과됩니다. 또한 손해배상 규정으로 인해 개인이나 기관·법인은 중대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져야 합니다. 만약 처벌을 받고도 5년 이내에 중대재해가 재발한다면 각 항에 명시된 형의 50%까지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양벌규정과 손해배상책임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범위와 시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법이 공포된 지 1년 후인 2022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업에 대해서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됩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고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만 적용됩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을 고려해 적용 유예기간을 길게 두거나 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

 

노동계의 반응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중대산업재해의 정의를 읽어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에 그동안 노동계가 주장해왔던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 과로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질환은 제외됐습니다.(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의 구체적 내용은 2021년 10월 5일 공포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인해 중대재해발생 시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법이 실제로 시행된 후 사례를 통해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범위와 시기를 문제 삼았습니다. 중소기업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을 위해 적용 유예기간을 길게 주거나 아예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5인 미만 사업장과 5~50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84%이고 사망사고는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비율과 사망사고 비율
규모에 따른 사업장 비율과 전체 사망사고 비율(출처 : 사람과안전)

 

 

경영계의 반응

경영계 역시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선 직업성 질병을 중대재해로 명시한 것은 기업에게 있어서는 사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지적합니다. 대책을 세우고 싶어도 이에 맞는 구체적인 대책을 세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시행되는 법의 시행 시기와 높아진 처벌 수위에도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2021년 6월에 발표된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수는 2020명입니다. 이는 하루 평균 5~6명의 노동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산업재해 없는 나라에 중대재해처벌법이 그 실효성을 얼마나 발휘할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아주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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