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세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굶겨 죽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강 씨(가명)는 어린 나이에 홀로 생계와 돌봄을 책임지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고 결국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은 어린 청년에게 모든 의무를 떠맡긴 채 국가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나라는 물음을 던져주었고 강 씨와 같은 영 케어러에 대한 논의를 다시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영 케어러뜻? 영케어러가 겪는 어려움?
영 케어러란 부모의 부양을 받아야 할 나이에 가족(부모 혹은 조부모 등)을 부양해야 하는 청년을 말합니다. 영화 '1포 10kg 100개의 생애'에서는 영 케어러의 삶과 영 케어러가 겪는 어려움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조기현 씨는 갑작스럽게 쓰러지신 후 치매까지 걸리게 된 아버지를 10년째 돌보고 있는 영 케어러입니다. 조 씨는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는데 7년이 걸렸고 자신이 부양의무자라는 이유로 자활 신청, 돌봄 지원 등 여러 가지 제도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어린 나이에 생계와 돌봄을 책임지느라 대학을 가고 취업을 준비하는 등 미래를 설계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 나이에 생계·돌봄을 책임지며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영 케어러 현황?
우리나라는 영 케어러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략 3만~4만 명 정도로 추측할 뿐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이혼가정이 늘고 저출생·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영 케어러의 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 케어러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없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영 케어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제대로 마련될 리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영 케어러에 대한 어떤 뚜렷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영 케어러 현황?
해외는 어떨까요? 2011년과 2017년을 기준으로 영국과 호주의 영 케어러는 각각 49만 명, 23만 5천 명입니다. 영국과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영 케어러 실태조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고 영 케어러를 위한 각종 지원이 존재합니다. 일례로 영국은 2019년부터 영 케어러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호주에서도 2010년 법이 제정돼 영 케어러 대상 학비 보조금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뒤늦게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걸쳐 전국의 중·고등학생 2학년을 대상으로 첫 영 케어러 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중학생 2학년 17명 중 1명, 고등학생은 24명 중 1명이 영 케어러인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 케어러에 대한 지원 정책을 수립할 것이며 영 케어러 실태조사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강씨의 사건을 두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의무는 한가득이었으나, 가진 건 아무것도없었다."라고 말하며 이번 사건은 패륜이냐 연민이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강 씨 사건 이후 영케어러 지원 근거를 명시한 '청소년 복지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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